버블이 맞다면, 현금이 답일까요?

1907년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2026년의 현금은 그때의 현금과 같은 자산이 아닙니다.
본 글은 온세원의 투자 관점과 사고 과정을 기록한 Investment Note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자료 조사·사실 확인·구조화·편집 및 일부 그래픽 제작 과정에서 AI를 보조도구로 활용했습니다.

이 글은 제이슨 츠바이크의 기고문 「What a 125-Year-Old Bull Market Says About Today’s Trading Craze」를 읽고, 현재 시장을 바라보는 저희 생각을 정리한 반론입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지금 시장에 버블과 투기가 섞여 있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 그렇다고 현금이 중립적인 피난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현금에도 물가와 통화팽창이라는 비용이 붙습니다.
  • 미국의 막대한 부채를 줄일 방법은 결국 ① 재정긴축 → ② 생산성 증가 → ③ 화폐가치의 점진적 희석 세 가지 조합으로 좁혀집니다.
  • 그런데 ①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렵고, ②의 가장 큰 희망인 AI도 아직 넘어야 할 전제가 많습니다.
  • 그렇다면 ③의 확률이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최근의 금·주식 동반 상승과 장기국채의 높은 term premium은 시장도 이를 조금씩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저희는 현금과 달러 노출을 서서히 줄이고, 금·우량국 통화와 채권·실물경제 자산·전 세계에서 돈을 버는 우량기업의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실제 포트폴리오를 옮기고 있습니다.

원 기고문에서 1901년의 높은 회전율과 버킷숍, 과도한 레버리지를 오늘날의 초단기 옵션과 예측시장, 레버리지 상품에 빗댄 부분은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의 투기 본능은 놀라울 만큼 꾸준합니다. 지금 시장의 일부가 투자라기보다 도박에 가까워 보인다는 지적에도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따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이 버블일 수 있다”와 “그러니 자산을 줄이고 현금을 들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는 같은 문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대의 신용화폐 체제에서는 현금을 오래 들고 있는 것 역시 방향성이 분명한 투자 판단입니다.

1. 투자하지 않는 것도 투자 결정입니다

현금은 참 편안해 보입니다. 계좌에 100달러가 있으면 내일도 100달러니까요. 숫자가 줄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연 그럴까요? 현금이 가만히 있어도 세상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1964년 이후 주식, 금, 주택, M2, 임금, CPI 누적 변화
도표 1. 1964년 이후 주요 자산과 통화지표의 변화동일한 조건의 투자수익률 백테스트는 아니지만, 현금·물가·통화량·희소자산 사이의 장기적인 격차를 보기에는 유용한 자료입니다.

1964년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는 약 10.8배, M2는 약 58.8배가 되었습니다. 같은 기간 S&P 500 가격지수는 약 101.8배, 금은 약 131배가 되었습니다. M2를 물가와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금의 공급량 자체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왔는지를 보는 하나의 기준으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1964년 100달러를 기준으로 한 단순 가정명목자산CPI 대비M2 증가 대비
적극적 투자
S&P 500 100%
101.8배약 9.5배약 1.7배
위험분산 투자
주식 50% · 금 25% · 주택 25%
89.1배약 8.3배약 1.5배
소극적 투자
CPI 상승 정도만 따라간 경우
10.8배본전약 -81.7%
현금 보유1.0배약 -90.7%약 -98.3%

62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같은 숫자를 연평균으로 바꿔보면 훨씬 직관적입니다.

현금0.0%
CPI+3.9%
M2+6.8%
S&P 500*+7.7%
+8.2%

같은 기간의 장기 CAGR을 1년 단위로 환산하면, 현금을 그냥 들고 있었던 사람은 CPI 기준으로 매년 약 3.8%씩 구매력이 후퇴했고, M2 증가와 비교하면 상대가치가 매년 약 6.4%씩 뒤처진 셈입니다. 물론 매년 정확히 같은 손실이 발생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1년만 현금으로 기다려보자”는 결정에도 평균적으로 이런 비용이 붙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S&P 500은 첨부 자료의 가격지수 기준으로 배당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M2 대비’ 역시 구매력 지표가 아니라 통화량 증가와 비교한 상대적 위치입니다.

현금은 위험이 없는 자산이 아니라, 위험의 모양이 다른 자산입니다.

주식은 가격이 흔들리는 위험이 눈에 보이고, 현금은 구매력이 천천히 깎이는 위험이 잘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현금을 장기적인 최종 목적지라기보다 ‘대기자산’으로 봅니다. 위기 때 좋은 자산을 살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그 위기가 언제 올지 맞혀야 하고, 기다리는 동안의 비용도 감수해야 합니다. 버블을 맞히는 것도 어려운데 붕괴 시점까지 맞혀야 한다면, 생각보다 문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입니다.

2. 1907년의 현금과 지금의 현금은 같은 자산일까요?

1907년 미국에는 지금과 같은 중앙은행의 안전판이 없었습니다. 공황이 오면 현금과 신용 자체가 사라졌고, 그래서 현금을 가진 사람의 협상력이 압도적으로 커졌습니다. 당시 현금은 단순히 가격이 안정된 자산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체에서 부족한 희소자산이었습니다.

반면 2008년 이후 시장은 거의 정반대의 경험을 반복해서 학습했습니다.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때 정책당국은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확대해 신용경색을 막아왔습니다. 버냉키 연준은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유동성 프로그램과 자산매입을 도입했고, 팬데믹 때는 연준과 재무부가 더 빠르고 더 큰 규모로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이 학습효과는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융시장이 커지고 부채가 늘어날수록, 위기를 그냥 청산하도록 두었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정치적 비용도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대마불사의 범위가 은행 몇 곳에서 경제 전체로 넓어진 셈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1907년의 투자자는 공황이 오면 현금과 신용이 사라질 것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지금의 투자자는 공황이 오면 오히려 얼마나 많은 새로운 유동성과 정부부채가 만들어질지도 함께 걱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미국은 이렇게 쌓인 부채를 결국 어떻게 처리할까요?

3. 미국의 부채를 줄일 방법은 사실 세 가지뿐입니다

미국은 자국 통화로 빚을 냈기 때문에 달러가 없어서 명목상 상환을 못 하는 나라는 아닙니다. 문제는 그 빚의 실질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지금의 부채경로를 정상화할 수 있느냐입니다.

조금 단순화하면 출구는 세 가지입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그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SOLUTION 01
재정긴축

세금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 실제로 빚을 갚는 정석적인 방법입니다.

SOLUTION 02
생산성 증가

경제가 부채보다 빠르게 성장해 Debt/GDP를 자연스럽게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SOLUTION 03
화폐가치 희석

높은 명목성장·인플레이션·금융억압을 통해 기존 부채의 실질부담을 천천히 줄이는 방법입니다.

해법 1. 미국이 정말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가장 깔끔합니다. 문제는 국가 예산이 엑셀에서 숫자를 지운다고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숫자 뒤에는 연금 수급자, 의료비, 국방, 지방정부, 공무원, 기업, 그리고 무엇보다 유권자가 붙어 있습니다.

CBO 기준으로도 미국은 경기침체가 아닌 정상적인 경제환경에서 큰 폭의 재정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고령화·의료비·이자비용이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자가 일시적인 경기대응이 아니라 구조적인 기본값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정치적으로 사회가 불안하고 양극화될수록 증세와 복지·연금·의료 지출 삭감은 더 어려워집니다. 어느 정당이든 “앞으로 몇 년간 여러분이 받는 것은 줄이고 세금은 더 내겠습니다”라는 공약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어느 정부도 미국의 부채 추세를 장기간 되돌릴 정도의 긴축을 실제로 지속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재정긴축은 가능한 해법이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세 가지 중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해법에 가깝다고 봅니다.

4. 그렇다면 AI 생산성이 미국을 구해줄까요?

해법 2는 훨씬 매력적입니다. 세금을 더 걷지도, 지출을 줄이지도 않고 경제가 훨씬 빠르게 성장해 빚의 부담을 낮추는 것입니다. 현재 이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당연히 AI입니다.

저희 역시 AI가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점에는 거의 의심이 없습니다. 다만 AI의 기술적 발전속도와 미국 전체 경제의 생산성 증가속도를 같은 것으로 보는 데에는 회의적입니다.

첫째, 기술보다 제도와 조직은 항상 늦게 움직입니다. 회사의 업무방식, 교육, 규제, 법률, 노동시장이 함께 변해야 경제 전체의 생산성으로 연결됩니다. GPU를 더 많이 꽂는다고 조직도와 세법, 고용계약서까지 자동 업데이트되지는 않습니다. CBO 역시 생성형 AI가 향후 10년 동안 생산성 증가율을 연평균 약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이미 기본 전망에 반영하면서도, 그 효과가 기업 프로세스에 흡수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둘째, 현재 AI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의 상당 부분은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업무를 더 적은 노동시간으로 처리하는 데서 먼저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에는 훌륭한 생산성 향상이지만, 이것이 신규채용 감소와 노동소득 약화로 연결되면 미국 경제 전체에서는 소비수요와 세수에 반대 방향의 효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것과 그 물건을 살 사람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셋째, AI가 정말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수록 오히려 미국 기업이 세계시장을 단일하게 독식하기는 어려워집니다. AI는 검색엔진이나 SNS와 달리 국방·정보·금융·의료·행정과 연결된 전략 인프라입니다. 최고 성능 모델이 있다고 해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국방부가 같은 클라우드에 로그인할 리는 없습니다. 미국의 동맹국들조차 이미 ‘AI 주권’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보고 있습니다.

AI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성장 카드가 맞습니다. 다만 AI가 놀랍게 발전하는 것과, 그 성과가 미국의 실질 GDP와 세수를 충분히 끌어올려 현재의 부채경로를 해결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CBO가 이미 AI의 긍정적인 생산성 효과를 기본 전망에 넣고도 향후 부채비율과 재정적자가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AI가 현재 예상보다 훨씬 큰 생산성 충격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으로 모두 해결된다’는 시나리오에는 아직 물음표가 꽤 많이 남습니다.

5. 그렇다면 가장 덜 고통스러운 해법은 무엇일까요?

재정긴축은 정치적으로 어렵고, 생산성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전제가 많습니다. 그러면 정책결정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선택하기 쉬운 쪽은 결국 세 번째입니다. 높은 명목성장과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 필요할 때의 유동성 공급, 그리고 경우에 따라 금융억압을 통해 부채의 실질부담을 시간을 두고 낮추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반드시 “달러를 의도적으로 폭락시키자”는 회의가 백악관에서 열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훨씬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기 때마다 유동성을 공급하고, 장기금리의 급등을 관리하고, 경제성장을 명목상 높게 유지하는 과정이 누적되면 결과적으로 부채의 실질가치는 줄어듭니다.

2008년 버냉키 연준이 대규모 자산매입과 유동성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팬데믹 때는 이런 정책 반응이 훨씬 더 빠르고 대규모로 이루어졌습니다.

최근 베센트 재무장관의 움직임도 이 맥락에서 흥미롭습니다. 베센트는 지속적으로 성장 중심의 해법을 강조하고 있고, 미 재무부는 2026년 8월 10~30년 구간의 장기국채 liquidity-support buyback 규모를 기존 최대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했습니다. 공식 목적은 시장 유동성 지원이므로 이를 통화완화라고 부르는 것은 과합니다. 다만 부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강한 긴축만으로 문제를 풀기보다 성장과 금융시장 운영을 통해 부담을 관리하려는 방향은 읽힙니다.

그리고 저희는 시장 역시 이 가능성을 조금씩 눈치채고 있다고 봅니다. 가장 흥미로운 단서가 금과 주식의 움직임입니다.

금 강세 국면별 금과 S&P 500의 M2 대비 상대성과
도표 2. 주요 금 강세 국면의 차이1970~1980년과 2000~2011년에는 금이 M2를 크게 아웃퍼폼하는 동안 S&P 500은 M2를 언더퍼폼했습니다. 2022년 이후에는 두 자산이 동시에 M2를 앞서고 있습니다.

과거 두 차례의 대표적인 금 강세기에는 금과 주식이 사실상 반대의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2022년 이후에는 M2가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금과 주식이 함께 통화량 증가를 웃돌았습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찍었으니 자산이 올랐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움직임입니다.

J.P. Morgan Asset Management의 2026년 분석도 이 변화와 잘 맞습니다. 1990~2021년에는 미국 10년 실질금리가 금 가격 변동의 약 85%를 설명했지만, 2022년 이후 설명력은 16%까지 떨어졌습니다. 대신 금은 장기 국채의 term premium, 즉 투자자가 장기간 정부채를 들고 있기 위해 요구하는 추가 보상과 더 강하게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Goldman Sachs Research의 최근 금 분석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Goldman Sachs는 2026년 말 금 가격을 온스당 4,900달러로 전망하면서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로 중앙은행의 구조적인 준비자산 다변화를 들고 있습니다. 2022년 이전 월평균 약 17톤이던 중앙은행 금 매입이 2026년에는 월평균 약 50톤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며, 지정학적·금융 리스크와 외환보유액 동결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이 흐름의 배경이라고 설명합니다. 저희에게 더 중요한 것은 가격 목표 자체보다, 금을 단순한 금리 헤지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준비자산 재구성으로 보는 시각이 주요 금융기관의 기본 가정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J.P. Morgan은 이를 재정지속가능성, 정책 신뢰, 정부부채와 같은 구조적 위험의 재평가와 연결합니다. 저희는 이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금은 정부가 임의로 발행할 수 없는 희소자산이고, 주식은 기업이 가격과 명목 매출·이익을 재조정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반대로 장기 국채는 미래에도 정해진 숫자의 달러를 돌려받는 계약입니다.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 한 단위의 장기 실질가치에 이전보다 더 높은 위험을 부여하기 시작했다면, 금과 우량주가 동시에 강하고 장기 명목채권에는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현상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미국 총공공부채와 해외 공식기관의 미 국채 보유액
도표 3. 미국 공공부채와 해외 공식기관의 미 국채 보유액미국의 부채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해외 중앙은행·정부 등 공식기관의 미 국채 보유액은 장기간 정체되어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미국 부채 보유 비중과 금 보유 비중
도표 4. 해외 중앙은행의 미 국채 의존도와 금 보유 비중 변화달러 중심 체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준비자산 다변화와 금 매입 흐름은 과거보다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달러가 내일 기축통화 지위를 잃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희는 그런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다만 달러의 국제적 지위가 유지되는 것과 달러 한 단위의 실질가치가 유지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저희는 후자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약해지는 방향에 더 높은 확률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이 시장에 넓게 퍼질수록 움직임은 비선형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화폐가치 하락을 걱정하는 사람이 소수일 때는 금 몇 톤을 더 사는 것으로 끝나지만, 더 많은 자본이 동시에 같은 헤지를 찾기 시작하면 공급이 제한된 자산의 가격은 통화량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최근 금의 움직임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6. 그래서 저희는 실제 포트폴리오를 이렇게 옮기고 있습니다

현재도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현금과 단기채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시장 과열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 유동성을 영구히 달러와 달러에 강하게 연결된 통화로 보유하는 것 역시 장기적으로 좋은 답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산 성격 기준
현금·단기채 63%주식 32%금·크립토 5%

그래서 이미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현금과 단기채의 절대 비중은 서서히 낮추고, 특히 달러와 달러 금융환경에 강하게 종속된 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쪽입니다.

달러 현금·단기채 ↓

유동성은 유지하되 비중은 점진적으로 축소합니다.

금 ↑

현재 약 3%에서 장기적으로 8% 안팎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SGD·CHF 및 우량국 채권 ↑

정치·제도가 안정적이고 미국과 완전히 같은 통화사이클에 있지 않은 곳을 늘립니다.

실물경제·글로벌 우량주 ↑

원자재·광산·에너지·종합상사와 세계 어디서든 돈을 버는 가격결정력 있는 기업을 선별합니다.

여기에 재정이 비교적 건전하고 실물자원을 보유한 국가의 우량채권도 좋은 후보라고 봅니다. 반대로 원화나 엔화를 단순히 ‘달러가 아닌 통화’라는 이유만으로 진정한 달러 헤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국과 일본 역시 미국 금융환경과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입니다.

결국 분산의 핵심은 통화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수익원과 실물가치에 대한 청구권을 함께 보유하는 것입니다. 달러가 약해져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매출을 올리는 기업, 실물자원을 생산하는 기업, 재정이 건전한 국가의 채권, 그리고 공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는 금 같은 자산을 같이 보는 이유입니다.

7. 마지막으로, 버블을 예측하는 것도 하나의 베팅입니다

원 기고문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투기에 빠지지 말자”는 점에는 저희도 동의합니다. 다만 투기와 베팅의 정의를 조금 넓혀보면 재미있는 역설이 하나 생깁니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믿고 레버리지를 거는 것만 베팅일까요? 버블이 곧 꺼질 것이라고 믿고 자산시장에서 물러나 현금을 장기간 들고 있는 것 역시 일정한 확률에 돈을 거는 행동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현금 보유는 숏 포지션과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수익률의 관점에서는 자산가격 상승과 통화희석이라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나중에 더 낮은 가격에 살 기회가 올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포지션입니다. 그리고 그 전략이 이기려면 버블의 존재뿐 아니라 대략적인 붕괴 시점도 맞혀야 합니다.

투기장에서 상승을 예측하는 것만 도박은 아닙니다. 붕괴를 기다리며 현금으로 물러나는 것 역시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확률 베팅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시장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자산 노출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충분한 현금은 가지고 있되 현금을 숭배하지 않고, 과열된 자산은 줄이되 가치 있는 자산까지 버리지 않으며, 달러와 장기 명목채권에 대한 의존은 줄이고 금·우량국 통화와 채권·실물자산·글로벌 우량기업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편이 지금의 환경에는 더 맞는 대응이라고 봅니다.

버블이 올 수도 있습니다. 다만 버블 이후에도 현금의 숫자는 그대로일지 몰라도, 그 숫자가 살 수 있는 것은 계속 그대로일까요? 저희는 그쪽 역시 꽤 큰 위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료 및 참고

  1. Jason Zweig, What a 125-Year-Old Bull Market Says About Today’s Trading Craze, The Wall Street Journal.
  2. Federal Reserve History, The Panic of 1907.
  3. Congressional Budget Office, The Budget and Economic Outlook: 2026 to 2036 — 생성형 AI의 생산성 기여와 미국 재정 전망.
  4.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Treasury Announces Increased Sizes of Nominal Long-End Liquidity Support Buybacks, 2026.08.19.
  5. J.P. Morgan Asset Management, Is Gold’s Old Playbook Broken? — 실질금리와 금의 관계 변화 및 term premium 분석.
  6. Goldman Sachs Research, Gold Is Forecast to Climb as Central Banks Buy the Precious Metal, 2026.08.28.
  7. FRED / U.S. Treasury, Foreign Portfolio Holdings of U.S. Treasury Securities: Foreign Official.
  8. FRED / U.S. Treasury, Foreign Portfolio Holdings of U.S. Treasury Securities: All Countries.
  9. IMF COFER, Currency Composition of Official Foreign Exchange Reserves.
  10. World Gold Council, Gold Demand Trends 2025 — Central Banks; Gold Demand Trends Q2 2026 — Central Banks.